한 평생의 지식
직장을 다니면서 새로운 일을 배우게 된다. 그 시점에는 매일 배우고 알게 되는 것들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나면 결국 비슷한 업무의 반복으로 살게 된다. 그러한 상태로 경력이 10년, 15년 쌓이게 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스스로 정체되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의도된 노력 없이는 10년을 일하더라도 처음의 3년 동안 배우고 익히게 된 경력이 3번 반복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군대에 있을 때, 머리가 굳어가고 있음을 느끼곤 했었다. 갑자기 어떤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든지, 훈련 중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등. 갑자기 사회와 다른 환경에 놓임에 따라 어리바리한 행동이 나온 것일 수도 있고, 자기 생각을 배제한 채, 명령에만 복종하는 삶이 익숙해짐에 따라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려서 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여하튼, 살면서 계속 생각하고, 공부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저 살게 되는 데로 살지 않고, 적어도 내 인생을 내 의지대로 선택하며 살기 위해선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목을 정말 멋있게 뽑았다. 한평생의 지식이라는 제목 아래, 각 분야에서 연구해온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이런 제목이 저자들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분야에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는 재미없는 교양 수업의 교재 같은 느낌이 들어 후루룩 넘겨버렸다.
자연은 무질서한 상태,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쪽을 향해간다. 물에 잉크를 떨어뜨렸을 때 고르게 섞이고, 방귀가 공기 중에 퍼지는 현상이 그런 것이다. 보통 자연을 이야기하면 생명을 떠올리지만, 사실 자연과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는 곳이 생명이다. 공기 중의 질소, 탄소, 산소가 생명체 안에 들어왔을 때, 골고루 퍼져 있지 않고 세포 안에 불균일하게 놓인다. 무질서도가 낮아지고 질서도는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무질서도가 높아지면 그것이 죽음이라고 한다. 이러한 생명은 그래도 자연에 선택돼 왔는데, 어떤 생명은 자연에 적응해오며 살아남았고, 어떤 생명은 도태되어 온 것이다. 그렇게 균형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생명 중 유일하게 인류만 자연의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연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자연에 자연스러운 무질서를 허용하지 않고 질서를 강요하면서 지구 생태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의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되었다. 지금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 되었다. 스마트 장비를 이용해서 편리해진 생활만큼 우리 삶의 기록들이 어디엔가 올라가 기록되어 진다. 클라우드라는 공간에서 생명력을 갖고 여러 가지 정보로 파생되어 갈 것이다. 쉽고 편하게 그리고 영원히 남길 수 있음과 모든 것이 보여질 수도 있음의 두려움을 함께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가 쓰는 글과 사진 등, 여러 정보는 클라우드에 동기화되고 있다. 이런 엄청난 데이터들을 이용하는 빅브라더의 등장이 공상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존재할지도 모른다.
![]() | 한 평생의 지식 - ![]() 강신주 외 지음/민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