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이 혼자 있게 되기를 죄악시 여기게 된다. 산업화 시대 이후 모든 인간의 활동이 생산성, 효율성을 기준으로 삼게됨에 따라, 몽상에 잠긴 개인은 사회적으로 무능력, 부적응, 비효율이라는 포장지에 쌓여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가치를 판단받게 된다. 인간이 하나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쳇바퀴 굴러가듯 사는 삶과 혼자있음을 내버려두지 않는 삶에서는 개개인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유 활동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쿠엔틴 크리스프가 한 것처럼 독립성을 쟁취하려면 우리는 타인의 비위를 맞추려는 욕심, 호감을 사거나 공유되거나 팔로워를 얻고 싶은 욕망을 떨쳐내야 한다. 그처럼 파괴적인 태도는 끔직한 일이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는 덜 끔직할 것 같다.'
'매슈 크로포드는 '당신머리너머의 세계' 라는 책에서 성숙한 취향을 가지는 과정은 사실 오락의 반대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려면 공부와 교육이 필요하다.'
대중매체와 SNS를 통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우리의 취향을 편집하는 상황에서 고유의 무늬가 사라진 획일적인 성향의 내가 되어간다. 주위만 둘러보아도 모두들 비슷한 제품을 구입하고, 베스트셀러의 책을 읽으며, 거대자본이 투입된 같은 영화를 보며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무의미하고 비슷한 의견을 서로 공유하고, '좋아요'를 남발하며, 서로가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본 길에 대한 인상, 그때 경함했던 일들, 그 거리에서의 풍경과 냄새로 지도가 완성된다. 길을 잃고, 오감을 곤두세운 채, 길위를 헤매이다보면 내가 걷는 이 길이 나만의 방식으로 머리에 새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길을 잃을 일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갈 기회도 박탈당하고 있다. 구글지도가 제3자의 시각으로 우리를 내려다보며 길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며, 우리는 구글이 지시하는대로 무사유로 움직이는 좀비가 되어 간다. 구글 지도로 인해서 저자는 크게 2가지 문제를 야기한다고 하는데, 하나는 자기 중심적인 시각이 아닌 타인 중심적인 시야로 길을 해석하게 되는 것이고, 또하나는 길을 찾는 능력이 퇴화된다는 것이다. 핸드폰이 생기고 나서, 지인의 전화번호를 외우는 능력을 놓아버렸듯이, 네비게이션 없이 초행길을 찾아나서는 능력 또한 잃어버렸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없이 길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덤이다.
인간의 능력을 기술의 진보로 이룩된 장치와 나눠가지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기술의 진보로 인해 생기는 편리함과 여유가 노동자 착취를 통해 기업의 이익으로 모두 수렴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온갖 가전제품과 통신, 교통 수단이 발달했지만, 더 바빠지고 시간이 없어지는 이유일테다.
과거 편지를 통한 의사소통은 지금 100자 이하의 간단한 문자 메시지로 대부분 대치되었다. 저자는 편지쓰기란 혼자 있음의 두려움과 함께 한다는 공포감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하는데, 편지 자체를 놓고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분리되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렇다고 현대의 의사소통 수단의 간편함과 낭만없음, 타인과 분리되지 않음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인쇄술이 발명되어 처음 편지라는 수단이 사용되었을 때의 혁명과 편지에서 지금의 간편한 메시지로 바뀌었을 떄의 혁명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시대에 가장 쉽고 유용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 뿐이다. 몇십년 후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도구는 변해갈 것이다.
홀로있음이 완성되는 시간
"일주일간 떨어져서 철저히 혼자됨을 느껴본다." 저자처럼 완전한 혼자는 아니지만, 최소한 이런 기기들로부터는 좀 떨어져서 몇일 쉬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템플스테이를 생각하기도 했다. 생각만 했다. 실천을 하지는 못했다.
생각해보면 휴식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지리산에 1박을 하고 오거나, 호텔에 묵을 때도 언제나 나는 사회와 연결되어 있었다. 어딜가나 무방비 상태로 외부의 누군가로부터 예측불가능한 상태로 침범당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 역시, 그곳의 세계에 수시로 접속을 하곤 했었다.
혼자 남겨져서 마음 깊숙히 침잠해보는 시간을 가질 기회가 거의 없다. 언제나 내가 여기 있음을 확인받고, 내가 무슨생각을 하는지 포스팅을 하는 시대에 홀로 있음으로 해서 스스로를 다듬어가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자비하게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나를 놓치지 않고 살 수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 |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 ![]()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병화 옮김/어크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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