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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by 독고차 2016. 4. 27.

죽은 아내 곁으로 어서 가고 싶지만, 주위 사람들이 도통 도와주지 않는다. 죽은 아내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그리워하고, 곧 곁에 가리라 다짐을 하며 집으로 돌아와 실행에 옮기려 하면 자꾸 마음에 안드는 이웃들이 오베를 귀찮게 한다.


마을 사람들은 오베의 도움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 오베의 차고에 있는 공구를 빌려야 하고, 남편이 다쳐서 병원까지 운전을 부탁해야 하고, 남편 대신 차를 몰아야 하는 임산부는 오베에게 운전을 배우기를 원한다. 갈 곳없는 고양이에게는 안식처가 필요하다. 그리고 죽은 아내의 절친이었던 아니타의 남편이 요양원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 모든 일이 아내인 소냐가 살아 있었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 행복해했을 일이지만, 오베에겐 이 모든일들이 귀찮기만 하다. 더구나 곧 죽을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이지 않은가.


무뚝뚝한 표정과 타인과 쉽게 섞이지 못하는 성격을 지녔다고 해서 따뜻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얄궂은 미소 뒤로 다른 마음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는 백배 나을 것이다. 버스 교통사고로 인해 아내의 배 속에 있던 아이를 잃고, 아내마저 평생 휠채어를 타고 살아가야 할 운명에 처해졌는데, 어느 누구가 책임지는 사람도, 왜 이런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다.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오베에게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긍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내는 교사일도 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아내가 죽은 이후에는 오베에겐 부정적인 세상만 남았다. 


곧 죽을 것이라고 준비를 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오늘 겪는 마음의 짐과 스트레스에서 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결국에는 맞이하게 될 죽음이라는 것을 망각한채, 눈 앞의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며 살아가곤 한다. 오베가 죽음을 계획한 이후에는 이웃들과 겪는 일들에서 예전에 보였던 부정적이고 고집스러웠던 태도가 조금은 느슨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틈을 통해 사람들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었고, 아내의 죽음 이후의 세상에서도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킬링 타임용으로 띄엄띄엄 책을 읽어왔는데, 글이 읽기 쉽게 쓰여져 있어서 중간 중간 빠져들며 읽을 수 있었다. 훈훈하고 재미난 이야기이기도 하고, 30년이 넘게 아내와 함께 살아온 세월을 뒤로 한채, 같은 공간에 혼자 남겨진 오베의 모습에 마음이 쓰리기도 했다. 



[애틋한, 그리고 기분 좋은 소설]


오베라는 남자 - 6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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