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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고차 2018. 9. 17.
이 책이 2011년에 쓰였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소설 속 내용은 7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에 더 어울리는 듯 했다. 책이 쓰였던 2011년보다 취업은 더 힘들어졌고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으며, 비인간적인 폭력은 더 잦아졌다.
2011년의 나는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소설 속 인물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바로 그 세대였다. 그 당시의 나를 돌이켜보면 그들이 고민하는 삶의 의미, 시대적 과업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런 것은 극단적인 삶의 결핍에서나, 자기 앞가림을 위한 고민이 필요 없는 풍족한 환경 속에서나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결핍도, 풍족함도 아닌 경계에 서서 도태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을 안고 사다리에 올라서기 위한 경쟁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세은이 말하는 우리 세대의 패배감이나 이미 공고히 다져진 사회의 부품으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지금에서야 어느 정도 눈에 보이고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뭘 어찌해야 할지 아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냥 소설에서 이야기하던 세은의 말에 조금 더 공감이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표백 - 6점
장강명 지음/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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