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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by 독고차 2018. 9. 25.

이 작은 소설은 내 마음의 깊은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기억과 인상의 파편들을 엮은 글이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 있던 구절이다. 살며 스쳐지나온 이야깃거리를 엮어서 이렇게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이 느껴졌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마동수, 마장세, 마차세 3부자의 순탄치 않은 삶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삶에서 환희의 순간이 한번도 없었을 것 같은 아버지 마동수, 베트남 전쟁으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제대 후엔 고철 장사로 돈을 벌게 되지만 결국엔 사기죄로 구속되는 형 마장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모나지 않게 꾸역꾸역 살아가는 동생 마차세의 이야기다.
작가는 그 중에서도 부모의 비루한 운명을 물려받았지만, 모나지 않게 살아가는 마차세를 통해서 그 시절의 힘들었던 환경에서도 살아내었던 평범한 사람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동생과 달리,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돈만 쫓는 인물로 그려지는 형 마장세가 더 안쓰러웠다. 거칠은 행동 속에 숨어있는 나약함은 한국에서의 삶을 감당하기가 버거웠을 것이다. 그래서 떠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 나름대로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비루한 운명을 받아들이며 살아갔던 것이다.
녹록치 않은 삶의 끝의 공허함을 '공터에서'라는 제목이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빛나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이도 있겠으나,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소설에서 표현되는 회색빛의 어두운 삶을 근근히 살아온 이들일 것이다. 이소설은 담담하게 그렇게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터에서 - 8점
김훈 지음/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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