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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이 작은 소설은 내 마음의 깊은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기억과 인상의 파편들을 엮은 글이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 있던 구절이다. 살며 스쳐지나온 이야깃거리를 엮어서 이렇게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이 느껴졌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마동수, 마장세, 마차세 3부자의 순탄치 않은 삶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삶에서 환희의 순간이 한번도 없었을 것 같은 아버지 마동수, 베트남 전쟁으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제대 후엔 고철 장사로 돈을 벌게 되지만 결국엔 사기죄로 구속되는 형 마장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모나지 않게 꾸역꾸역 살아가는 동생 마차세의 이야기다.작가는 그 중에서도 부모의 비루한 운명을 물려받았지만, 모나지 않게 살아가는 마차세를 통해서 그 시절의 힘들었던 환경에서도 살.. 2018. 9. 25.
표백 이 책이 2011년에 쓰였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소설 속 내용은 7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에 더 어울리는 듯 했다. 책이 쓰였던 2011년보다 취업은 더 힘들어졌고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으며, 비인간적인 폭력은 더 잦아졌다.2011년의 나는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소설 속 인물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바로 그 세대였다. 그 당시의 나를 돌이켜보면 그들이 고민하는 삶의 의미, 시대적 과업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런 것은 극단적인 삶의 결핍에서나, 자기 앞가림을 위한 고민이 필요 없는 풍족한 환경 속에서나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결핍도, 풍족함도 아닌 경계에 서서 도태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을 안고 사다리에 올라서기 위한 경쟁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세은이 말하는 우리 세대의 패배감이나 이.. 2018. 9. 17.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책에서 설명하기를 노예제, 봉건제,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의 시대를 구분짓는 기준은 생산관계의 변화이다. 자본주의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약관계로 인해서 굴러가는 시스템이다. 자본가의 종잣돈으로 투자를 하고 생산을 하는데, 투자에는 노동자의 임금도 포함된다. 사회 구성원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는 자본가와의 계약관계에 따라 자신의 일정 시간을 그들의 이윤을 만들기 위해서 소모된다. 그리고 그 시간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에서 10시간 가량을 자본가의 이윤을 벌어들이는 노동에 쓰여지는 것이다. 나머지 8시간의 수면시간을 빼고나면 우리가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6시간 내외가 될 것이다. 6시간 중에서 가정과 사회적인 관계를.. 2018. 9. 1.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이념의 대립이 극심했고, 끔찍한 전쟁까지 치뤄야했던 아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푹 빠져읽게 되지만, 마지막엔 씁쓸함과 안타까움만이 남는다. 소설 속 정찬우는 과거 항일 투쟁을 했던 많은 이들처럼 자연스럽게 인민을 위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북쪽에 서게된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당의 지령을 받고 고민할 여유도 없이 교육위원으로써 전쟁에 투입된다. 공산군이 점령한 지역을 다니며 사상 교육을 하며 남하하다가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 남한에서 고립되어 버린다. 북으로 가지도 남으로 내려가지도 못하게 된 이들은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다 결국 포로가 되고 형무소에 수감된다. 전쟁 때 생황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환경에서 거의 10년을 복역한 후, 고향땅을 밟.. 2018. 7. 21.